
중2 올라가던 95년 2월, 난생 처음으로 컴퓨터란 것을 갖게 되었다.
컴퓨터 학원을 다녀 본 적도 없었고, 게임에도 큰 흥미가 없었던 나는
커다란 본체와 모니터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윈도우 3.0 매뉴얼을 뒤적거리며 열심히 이것저것 만져보던 중에
하이퍼 터미널과 비슷한 이름의 통신 접속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며칠을 혼자 낑낑거리다가 근처 PC 샵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전화선을 연결하고
파란 화면의 하이텔에 처음 접속하였다.
글쓰기 창도 따로 없었던 윈도우 터미널에서 이야기 5.3, 이야기 7.0을 거치며
몇년간을 PC통신에 푹 빠져 지내고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2000년에는 개인 싸이트를 개설,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동호회 게시판에 글 쓰는 것과는 또 다르게
내 이름을 걸고, 내 이야기만을 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꾸려나간다는 것에,
그리고 그런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살짝 흥분했었던 것 같다.
매일같이 일기를 쓰고,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았던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올리며
개인 싸이트운영에 열정을 보였으나
일신상의 이유로 더이상 홈페이지 관리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
유료 계정을 연장하지 않은채로 흐지부지 싸이트의 문을 닫았다.
(1년에 만원하는 계정비를 낼 형편이 아니었던 것은 아니다^^;;;)
그 후 몇년동안, 그 전 처럼 즐거운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고
끊임없이 내 속에서 넘쳐나오던 단어들은
일절 뚝 끊겨 버렸다.
그동안 세상은 1인 1블로그, 혹은 1미니홈피의 시대로 변했고
20인치 작은 모니터 안에는 보도듣도 못하던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각기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취미를 공유하고, 의견을 대립하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내 인생이 너무나 재미가 없다.
하루하루가 무료하고 뻔하고 지겹다.
하지만 블로그를 통해 훔쳐 본 많은 사람들의 인생은,
특히나 싸이월드와는 차원이 다른 오덕후^^;들의 집합소인 이글루스는
지리멸렬한 내 삶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매일같이 신제품 리뷰를 쏟아내고
동네 숨어있는 맛집을 단박에 인기 명소로 만들고
프로 수준의 그림을 그려내고, 글을 써낸다.
어쩌면 저렇게 삶이 열정적일까.
내가 이번 행사에 참가하려는 이유는,
다른 많은 분들도 그러하시리라 생각되지만,
이렇게 열정적인 블로거들을 실물로 보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그들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나눠 받고 싶어서이다.
(아 글 참 성의없다-.-;;;;;;;;)
(내 인생 첫 트랙백과 태그.......................................)






